사람들은 반드시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 않는다.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따라 투표한다.
조지 레이코프가 한 말 중에 가장 공감이 가고, 그리고 흥미로운 말이 바로 이 말이었다. 사
람들은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 않는다,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따라 투표한다. 이것은
정치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회에서의 인간 심리 역시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이기적인 동물이라 가정하면서 '이익'이 가장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인간은 단순히 이익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을 우
리는 눈 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이성 이전에 감정이라는 것이 지배하는 경우가 더 많
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익을 넘어서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말한 것처럼 '가치'라고 생각
할 수 밖에 없다.
경영학에서는, 특히 IT를 위시한 현대 경영학에서는 더 이상 프라이싱(가격결정)이 원가나,
관련한 이익으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가격결정에 있어서 물건을 구성하는 원가가 무
엇보다도 중요했다. 원가를 통해 가격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이익 마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생산품이 아닌 서비스 혹은 인터넷 비즈니스의 상품은 어떠한가? 그러한 방식으
로 가격을 결정했다가는 기업은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인터넷 비즈니
스의 상품은 더욱 더 그러한 특성을 갖는다. 왜냐하면 인터넷 비즈니스의 상품은 공급보다는
수요에 의존하기 떄문이다. 그 이유는 공급이 거의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이 경우에는 제품의 프라이싱은 '가치'로 수렴하게 된다. 소비자들이 얼마나 이 제품이 가치를
부여하느냐? 그 점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의 경영학의 프라이싱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사회에서의 사람의 행동은 어떠한가? 과연 이익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이익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가지 사회심리적 실험이 보여주어왔다. 예를 들어 '양초 문제'가
그렇다. 양초 문제는 양초를 벽에 붙이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하는 문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압
정 박스를 보고서, 압정을 통해 양초를 벽에 붙이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이것의 해답은 압정을
모두 치우고 박스를 벽에 압정으로 고정시켜 양초를 세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 이익
을 주면 어떨까? 기본적으로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인센티브는 '주면 줄수록' 더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실험에서도 그랬을까? 하지만 결과는 정 반대였다. 창의성을 요구
하는 일일수록 (이 실험은 창의성을 요구한다^^) 인센티브의 효과는 역효과였다. 여기에서는
오히려 외재적보상보다는 내재적인 '가치'를 중요시 하는 보상이 더 사람들을 창의적으로 만든
다는 결과를 나타냈다. 물론 이 실험이 지엽적일 수도 있어 지금의 주제를 다 포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이 '이익'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상의 높은
'가치'로 움직인다는 것은 이 실험에서도 명백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치라는 것, 특히 투표라는 것은 더욱 더 자신의 선호를 보여주는 행위이다. 시대가 흘러감
에 따라서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표출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정치
에서도 그것은 무엇보다도 명백해 보인다. 지금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 행위 등이
다 그러한 프레임으로 설명될 수 있다. 정체성은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더 명확히 정치적인 동
의를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내가 그러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유권자에게 인
식시킴으로써 투표자는 정치가에게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신문의 정치면을 보면서 '왜 정치
인들은 저렇게 싸울까? 왜 서로 서로 좋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일까?' 궁금해 한 사람도 있을 것
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여지는 표면적인 부분에만 집중
한 것이다. 그들은 명백히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여져 있는 것
이다. 국회의원 수는 우리가 명백히 알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한 숫자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국회의원의 이름은 몇이나 되는가? 알 수 있는가? 만약 알고 있다면 누구를 알고 있는가?
알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명백히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하여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이리라.
이것이 그들이 표방하는 '가치'이다.
레이코프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를 가르는 가치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치는 다소 융합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명백히 나뉠 수 있는 부분 역시 존재한
다고 말하고 있다. 엄한 아버지로 대표되는 보수주의, 자애로운 부모로 대표되는 진보주의. 이
것은 너무나도 명백히 그 둘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고 있다. 인지언어학자 답게 사용하는 언어
에 대해서도 '다르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굉장히 재미있는 해석이 될 수도 있다
. 사실 보수와 진보에 대해서 누가 명백히 정의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도 않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엄한' 그리고 '자애로운' 이 두 가지 틀로 정치를 바라보게
된다면 지금까지 간과하고 있었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이념으로
만 이해했던 것보다 훨씬 더 명백하고, 그 둘 사이의 가치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틀
을 레이코프는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도덕회계, 도덕에 대한 새로운 해석
도덕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실 도덕이라고 하면 교과서가 가장 먼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떠한 사회규범으로써의 도덕은 '이익'과는 굉장히 무관한 것이리라 하고
생각할 것이다. 이 점에서 레이코프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한다. 도덕회계라는 것이다. 앞서
글에서 이익이 모든 것을 해석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으면서 왜 다시 이익이라는 말을 꺼내
는지에 대해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익이 모든 것을 해석할 수 없고, 오히려 역효과
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익'이라는 것이 무용하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도덕회계는 일종의 이익이라는 틀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
를 창조하는 프로세스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도덕 회계라고 하면 더욱 더 생소한 용어라고 생각될 지 모르겠지만, '선의를 갚는다' '부도
덕적 행위에 대해서 되갚아준다' 라는 식의 말은 들어봄 직하다. 왜 선의를 '갚아야' 하는가?
갚는다는 행위는 금전적인 부분에서나 통용되어야 하는 말일텐데, 왜 선의라고 하는 도덕적인
개념과 함께 쓰이는 것일까? 그것이 바로 도덕 회계의 시작점이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도덕의
대차대조표를 그리고, 이익-손실에 대해서 민감하게 체크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선
의를 베풀었다면, 나는 그것을 갚을 이유가 있다. 이러한 것은 의외로 우리 생활 전반에 깔려
있기도 하다. 나는 저번 주에 할아버지의 장례식에 다녀왔는데, 손님들의 부주금에 대해서 명
백히 체크를 한 뒤에 나중에 '갚아야 할 부채'로 그 돈을 생각하는 것을 보았다. 그 누구도 도
덕 회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도 않았고, 그리고 그 돈을 '부채'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명
백히 손님들의 고인에 대한 생각, 즉 선의, 즉 '가치'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꼭 그것만으로
다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도덕의 프레임과 그리고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이 책을 읽다보면
평소에 놓치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앞으로의 세상은
더욱 더 가치중심적으로 움직여 갈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대 경영은 가격보다는 '가치'
를 중점적으로 두고 있다. 소비자는 가치를 넘어서지 않는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다. 사회학적
으로도 단순히 인센티브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인사관리에 있
어서 외재적 보상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은 이미 정설에 가깝다. 그리고 이제 정치에 있어
서는? 정치는 무엇보다도 그들이 원하는 '이익'을 보여주기보다는 그들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를 원한다. 우리는 몇 차례의 대선에서 그것을 보아왔으며, 현 대통령의 선거 승리가 '유권자
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 대통령의 정
체성이 유권자를 움직인 것이다. 정치는 더욱 더 민감하게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나 자신이 표방하는 정체성은, 그리고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
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묘한 여운이 남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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